벌써 3년 diary 2010/10/27 21:15

20대 초반까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이 나의 자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실망하면 어떡하나- 하고 말이다.

분명 광활하고 둥글넙적한 페이스라인이 다 드러나게 될테고
야심한 밤, 이를 뿌드득 가는 (우리 엄마가 진짜 싫어했다) 소리를 듣게 될텐데.
입이라도 벌리고 자는 모습을 들키면 난 어쩌지

결혼 3년째를 맞는 지금, 나는 맘 놓고 쿨쿨 잔다.
그는 아내의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를 갈면, 턱을 살짝 잡아서 '이화, 이 갈지 마요' 이야기 해준다. (기억은 안나는데, 내가 엄청 짜증 버럭낸다고 ;; 미안해 여보) 그리고 요즘엔 잠들기 전 턱 마사지를 해준다.

본인 블로그에 큰바위에 잡티 다다다 많은 아내의 얼굴을 자랑스레 올린다.
이러니까 이 나이에 화장품도 못갖추고, 나이에 걸맞는 꾸밈을 생략하며 '걍 괜찮은갑다' 하고 사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횟수는 1/10로 줄었고,
진심으로 맘 놓고 행복하다.
이재우같은 이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정말 멋진 일인데,
그가 나의 남편이라니.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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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 틀었던 동영상, 다시 보았다.
내년에는 이재우 닮은 예쁜 아가 하나 주시길 기도해본다.


crossing diary 2010/10/18 22:13

남편이랑 휴양지에 갔는데, 수영을 저 혼자 못해서 스노클링을 못했어요.
바닷속에서 물고기 보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게 엄청 한이 되어서 수영을 배웠어요.

탈북자 아주머니에게 수영이 정말 좋은 운동이라 권하며 추천해드렸더니,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나는, 친구랑 같이 밤에 몰래 두만강을 건너는데 물이 우리 키를 넘는거야.
친구가 허우적 거리는데, 내가 그 친구를 뒤에서 밀면서 어찌어찌 건넜어.
근데 나는 수영을 할지 모르거든. 그래도 머리 위에 총알이 날라다니고, 죽을 위기에 처하니까 그냥 헤엄이 쳐지더라고.
지금도 내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

휴양지 얘기를 꺼냈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오늘도 운동을 하러 빠른 걸음으로 스튜디오로 향하는데, 이 순간 국경을 숨죽여 걷는 사람이 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내게 주어진 것은 아무 이유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다시한번 생각하며 기도드렸다. 하나님, 그들을 도와주세요.
더 튼튼해져서, 더 지혜로워져서 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중국에서 오래 생활한 친구랑 이야기 하다가 한국 장사꾼과 일본 장사꾼을 비교하게 되었다. 친구의 요지는, 자기가 한국 들어와서 접하는 최악의 퀄리티 중국 제품들은 막상 중국에서도 접하기 힘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 장사꾼들이 말도 안되는 단가를 중국 생산자에게 제시하여 여기다 맞춰달라고 하면, 생산자는 단가에 맞춰 저질의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도를 넘은 에누리도, 사기치는 것도 한국인 장사꾼들이며, 일본인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는 것.
덕분에 한국인들과 거래하는 이들이 많은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아주 더럽다고 한다. 
 
중국 제품 저질이라며 중국 민족성과 연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도 그런 우를 종종 범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거기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유대인과 더불어 세계최고의, 손해 안보는 장사꾼 체질이라는 중국인들 등쳐먹는 거 보면, 한국인들 참 대단하다. 매우 부끄럽다.



색다른게 싶어 만든 멸치국수. 1년 묵은 묵은지 씻은 거랑 먹으면 최고 맛있다. 조리시간 10분.


1. 멸치 다시마 오뎅 썰은거 끓인다. (귀찮으니 망이고 뭐고 없다. 그냥 다 넣고 끓인다)
2. 국수 삶아 물뺀다. (대충 물렁해지면 다 된거임)
3. 국물에 소금넣고 마늘 넣고 후추 넣고 파 넣고 칼칼함 원하면 고추가루 넣는다.
4. 2+3 해서 먹는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영양소를 보충한다 ㅋㅋ)
5. 맛있다.


귀여운 반항아가 일본에서 공수해온 드립커피. 저 앙증맞은 종이홀더를 보라! 카페 갈 필요없는 맛. 요즘 매우 사랑하고 있음



athlete diary 2010/10/07 23:18

어릴 때 동네 꼬마들에게 주눅이 들어서 밖에 잘 나가 놀지를 못하고, 집에서 그림만 수백장 그려댔다.
그리곤 엄마가 '넌 엄마 닮아서 운동 못해' '엄마 닮아 몸치일거야'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어버렸다. 학교에서도 늘 움츠려 있었고, 젤 싫어하는 건 체육이었으며, 달리기엔 어색한 자세로 달려서 맨 꽁지로 들어왔다.
그러나 육체의 건강은 정신의 건강과 그 커넥션이 매우 긴밀하여 여간 중요한게 아니지 않은가. 요즘 몇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새로이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나는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다지 남들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태권도 검은띠를 따놓지 않은 것이 엄청나게 후회가 된다. 호신술 목적 보다는, 한국 무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알릴 수 있는 기회에 알리고 싶은데, 그게 안되자나. 근혁이 보내실 때 나도 보내달라고 할걸.
그러나 수상구조원 자격증은 40이 되기 전 반드시 딸거야!! 그 전에 폐활량과 팔 다리 근육을 발달 시켜놔야겠다.
아이들에게 정신적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강인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말해줘야지. '넌 아빠 엄마 닮아서 무지 튼튼해'
 



어릴 적 처음 책으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접했을 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저 안에 반드시 사람이 갇혀있거나, 생명력 비슷한 것이 숨 쉬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바티칸의 정원에 조각상들에 햇빛이 드리워질 때 힘줄들이 불거지면서 마치 숨쉬는 것 같아 보일 때 숨이 턱턱 막히도록 감동에 빠져들었다. 그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에 압도 되어 내내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요가를 하면서 내 비루한 근육이나마, 그리고 힘줄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는 책상 머리에 앉았을 때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감정을 느낀다.
몸을 움직이고, 주욱 늘이고, 걷고, 달리고, 근육을 긴장시키는 일은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근데 요즘 세상은 점점 그걸 못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가을 밤 뮤직 큐 diary 2010/10/06 23:18

지구 최고의 뮤지션을 꼽자면 단연 리차드 보나.
진득한 그루브, 구수한 향토적 정서와 더불어 면도날처럼 반듯하고 날카로운 모던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뜨겁게 달구어졌던 아스팔트를 쏴아 식히는 소나기 내리는 여름이나,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가을날에는 더욱 아름답게 들려오는 그의 연주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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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보나도 코빠까바나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구나.
하바나 꼬빠까바나에 대한 노래들은 정말 설레인다.
남미 게다가 쿠바는 더욱 조만간 가기 힘들겠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족하다.
나는 백발에도 빨간 꽃을 머리에 꽂고 삼바리듬을 탈 준비가 되어있다. 그 때가 오기 전까지 나와 남편은 건강해야 하고, 라틴 댄스 기본을 익혀두어야 하겠다. (알았지 여보)

옛말에 diary 2010/10/04 21:07

옛말에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자식 입에 밥 숟가락 들어가는 거만큼 보기 좋은 거 없다는데
나는 남편 입에 내가 만든 음식이 들어가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식을 낳으면 더더 좋으려나?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세 번 물어보면 한 번 '응 맛있어' 하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 물어본다.
결혼하고 나서 스스로 놀라는 것은, 내가 이렇게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 근데 알고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내 요리를 맛있게 먹는 게 엄청난 사랑의 표현을 주고 받는 것 같아, 그걸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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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문구를 보면서,
옛날에도 며느리가 집을 나가는 일이 있었겠구나, 싶었다. 유교 사회에서 경을 칠 일이었겠지만, 그 또한 유교 사회기에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옛 말이 며느리를 지 좋을 때만 돌아오는 속물처럼 묘사해 놓았지만,
사실 며느리는 전어 먹고 싶어서 돌아온게 아니다.
식구들이 밥이나 잘 챙겨먹고 있는지, 걱정되어서 돌아온거다.
흑. 서글퍼진다. 조선시대 며느리들을 위해, 우리 모두 묵념.




유머라는 덕 diary 2010/10/03 17:11
미국의 외교위원회 국회의원 보좌관이 방문했다. 여느 때처럼 긴장 잔뜩 타면서 청바지 입고 온 것을 후회하며 통역준비를 하는데, 짐 캐리 표정의 아저씨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등장하여 악수를 청했다.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재빨리 주머니에서 'US senate' 어쩌고 쓰인, 독수리가 그려진 종이 컵받침을 내려 놓더니 선물이란다.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질의응답을 마치고 본인도 헝가리안 난민을 부모로 뒀다며, 우리를 칭찬, 응원 해줬다. 대화 하는 시간이 너무 유쾌하여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도 다들 즐겁기만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고결한 직업 중 하나가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그들이 아무도 모르게 그 어떤 의료행위보다 막강히 암이나 우울증 등의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웃기는 직업이 아녀도 이런 식으로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것이 참 덕스럽구나 새삼 생각했다. 나도 그런 여유가 있음 좋겠다. 무시 안당하려고 각잡고 인상쓰는 것보다 한바탕 함께 웃어서 다들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편이 모든 면에서 백배 나은듯 하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