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마, 진짜 죽겠다 싶을 때 다른 사람 도움 받아서 너무너무 기뻤던 적 있어?"
"집세 몇 달치 못내서 집주인 아줌마가 방 빼라고 했을 때, 김성자 집사님이 돈 빌려줘서 갚았을 때 진짜 행복했어."

여섯가구와 하나의 공장이 한 개의 퍼세식 화장실과 공동 수돗가를 공유했던 단칸방 시절, 집주인 아줌마가 왔다 가시면 아직도 20대인 엄마는 울곤 했다. 그런데도 나와 동생이 티없이 웃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고마운 분들 덕분이었다. 
결혼한 뒤에도 나는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서 그 분들을 마주칠 때면 어엿이 자란 나랑 근혁이를 보며 그렇게 좋아하신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따뜻하고 맑은 공기가 우리를 가득 감싸고 있었고, 세상은 소리없이 바뀌고 있었다.